오늘 이 학술대회는, 오랜 전부터 이어져온 한 줄기 물결이
다시 갈래를 틀어 바다로 나아가려는 순간을 바라보는 듯합니다.
배움의 터전인 학교와 수업의 가르침인 불교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온
지도 이미 한참이 지났습니다만,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그 오랜 인연을
또 한 번 새로이 비춰보게 됩니다.
고려의 팔만대장경을 떠올립니다.
수많은 장인들이 나무판 위에 글자를 새기면서도
그저 경전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백성의 마음을 지키고, 나라의 기운을 불돋고,
미래의 누군가가 다시 길을 묻는 순간에 답을 주기 위해
정성을 한 글자 한 글자에 새겨 넣었던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 교수님과 교사들의 연구 역시 그 마음씀과
다르지 않다고 느낍니다.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는 길,
배움의 공간을 다시 해석하는 길,
옛 우화 속에서 도덕적 감수성을 길러내는 길,
그리고 의례와 문화가 아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감쌀 수 있는가를 묻는 길까지.
이는 결코 별개의 논의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을 사람답게 할 것인가’라는
오랜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답변들인 것입니다.
물이 간헐히 썩고, 너무 흘러버리면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교육도 수많은 그 사이 어딘가—
적당히 막고 적당히 열어야 바른 길이 생겨납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개차법(開遮法)의 지혜가 오늘 발표 속에 여러 모습으로
스며 있는 것을 보며 앞으로도 학교 현장에서 더 넓고 단단한 바탕이
열릴 것이라 기대합니다.
오늘 눈이 가 먼 훗날, 누군가의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쓰임을 얻는
작은 등불 하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정성과 노고에 감사드리며 부디 이 길이 오래도록
향기롭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